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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금융

가상자산 상속 (디지털 유산, 상속세, 커스터디)

by 세르게이 2026. 9. 30.

솔직히 저는 비트코인을 사고팔 때의 세금 문제는 챙겨봤으면서도, '상속'에 관해서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인을 통해 전해 들은 사연 하나가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질 않았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남긴 비트코인 때문에 유족이 손에 코인 한 닢 쥐지도 못한 채 거액의 상속세 고지서부터 받아 든 이야기였습니다. 가상자산 상속은 그냥 '내가 죽으면 가족이 알아서 찾겠지'라고 넘길 수 없는 문제입니다.

 

디지털 유산, 법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

제가 이 문제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설마 법적으로 아무 규정이 없는 건 아니겠지?"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파고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공백이 컸습니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란 개인이 생전에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만들어낸 모든 디지털 정보와 그 결과물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이메일, SNS 계정, 블로그 글, 그리고 가상자산 지갑까지 전부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 논의는 해외에서 먼저 불붙었는데, 2004년 미국에서 이라크 전쟁 중 사망한 군인의 이메일 계정 접근을 두고 유족과 야후 사이에 법정 다툼이 벌어진 '엘스워스(Ellsworth) 사건'이 대표적인 출발점으로 꼽힙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태훈 2025). 이후 미국은 '디지털 자산에 관한 통일신탁접근법(UFADAA)'을 제정해 49개 주가 채택했고, 독일 연방대법원은 2018년 페이스북 계정의 계약상 지위를 상속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요. 2010년 천안함 용사 유족들이 미니홈피 접근을 요청했을 때도, 2024년 제주항공 참사 이후 유족들이 희생자 계정의 연락처를 요청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국회에 발의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여러 차례 폐기되었고, 결국 지금도 서비스 제공자(ISP)의 자율적인 약관에 의존하는 상태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엔, 이 공백을 가장 날카롭게 찌르는 게 바로 가상자산 상속 문제입니다.

  • 디지털 유산은 저작물, 사이버머니, 계정 정보, 이메일 등 성격이 제각각 다릅니다
  • 현행 민법 제1005조는 일신전속권(사람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권리)을 상속 대상에서 제외하는데, 이메일·개인 일기 같은 순수 인격적 정보가 이에 해당해 법적 공백이 생깁니다
  •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는 인정되지만, 상속 절차와 세금 평가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요약: 국내 디지털 유산 관련 입법은 반복적으로 좌초되었고, 가상자산 상속은 법적·절차적 공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상속세 폭탄, 가상자산이 더 억울한 이유

제가 지인에게 전해 들은 사연이 특히 마음에 걸렸던 건, 세금 자체보다 '타이밍'의 문제였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계셨는데, 사망 당시 마침 시장이 좋아 평가액이 꽤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슬픔을 수습하고 상속 절차를 밟는 몇 달 사이에 가상자산 시장이 급락했는데, 국세청은 이미 사망일 기준 가격으로 세금을 매겨버렸습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상속세 과세 기준은 '사망일 전후 각 1개월간의 일평균가액 평균'입니다. 여기서 일평균가액이란 해당 기간 동안의 하루 평균 거래 가격을 뜻합니다. 부동산이나 상장주식도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하지만,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같은 공식을 적용했을 때 체감 피해가 훨씬 심각합니다. 사망 시점에 1억 원이던 비트코인이 몇 달 만에 5천만 원으로 반 토막 났어도, 상속세 고지서에는 1억 원 기준 세금이 적혀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의 매매 차익에 대한 소득세는 2027년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입니다. "소득세는 아직 안 내도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이 부분이 오히려 함정이라고 봅니다. 소득세와 상속·증여세는 별개이기 때문에, 부모님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물려받는 상황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상속세와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를 헷갈리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요약: 가상자산 상속세는 사망일 전후 2개월 평균가로 산정되어, 시장 급락 시 실제 자산 가치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물게 되는 구조적 위험이 있습니다.

 

커스터디, 생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자산이 증발한다

앞서 언급한 사연에서 진짜 비극은 세금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개인 지갑의 보안 승계 절차가 꼬이면서 유족들이 코인을 아예 인출조차 못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세금을 내려면 코인을 팔아야 하는데, 팔 수가 없는 상황. 이게 가상자산 상속의 가장 독특한 공포입니다.

커스터디(Custody)란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관리하는 서비스 또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개념이 바로 프라이빗 키(Private Key)입니다. 프라이빗 키란 내 가상자산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암호화된 열쇠로, 이것을 잃어버리면 그 안의 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영원히 잠긴 채로 남게 됩니다. 국가도, 거래소도, 그 누구도 되돌려줄 수 없습니다. 은행 통장은 제적등본 같은 서류만 내면 유족이 찾을 수 있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커스터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인터넷과 완전히 차단된 상태로 자산을 보관하는 콜드 스토리지(Cold Storage)는 해킹 위험은 거의 없지만, 물리적 분실이나 접근 정보 망각 시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반대로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로 관리하는 핫 스토리지(Hot Storage)는 접근성은 높지만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상속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조합이 "콜드 스토리지에 넣어두고, 시드 구문(Seed Phrase)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하는 것"입니다. 시드 구문이란 지갑 복구에 쓰이는 12~24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마스터 열쇠인데, 이것이 없으면 그 자산은 사실상 디지털 유실(Digital Loss) 상태가 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술 솔루션도 있습니다. 멀티시그(Multi-Signature)는 하나의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여러 개의 서명이 필요하도록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세 개의 키 중 두 개로만 서명해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2-of-3' 구조를 만들면, 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나머지 키를 가진 사람들이 자산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식인 MPC(Multi-Party Computation)는 개인 키 자체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여러 당사자가 보유하게 하는 기술로, 쉽게 말해 키를 분산 보관함으로써 단일 분실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입니다(출처: 핀테크투데이). 이런 기술적 솔루션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생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요약: 프라이빗 키나 시드 구문을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은 영구 소멸할 수 있으며, 멀티시그나 MPC 같은 기술적 장치도 생전 설계 없이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비트코인 소득세가 아직 시행 전인데, 상속세도 안 내도 되는 건가요?

A.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비트코인 매매 차익에 부과하는 소득세는 2027년까지 시행이 유예된 상태지만, 부모님이 사망하면서 물려받는 상속세와 살아 계실 때 받는 증여세는 지금도 부과됩니다. 가상자산을 "소득세 안 내도 되는 자산"으로 오해하다가 상속 시점에 예상치 못한 세금 고지서를 받는 분들이 있는데, 사전에 반드시 구분해두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Q. 가상자산 지갑 비밀번호를 가족에게 알려줬는데 그걸로 충분한가요?

A. 거래소 계정의 비밀번호는 신분 확인 절차나 고객센터를 통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지만, 개인 하드웨어 지갑이나 소프트웨어 지갑의 경우 비밀번호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갑 복구에는 시드 구문(Seed Phrase)이 필요한데, 이 12~24개짜리 단어 목록이 없으면 비밀번호를 알아도 지갑을 복구하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비밀번호와 시드 구문은 반드시 함께 안전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Q. 상속받은 가상자산의 세금은 어떤 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매기나요?

A. 현행 세법상 가상자산 상속세는 사망일 전 1개월과 사망일 후 1개월, 총 2개월 동안의 일평균 거래 가격의 평균으로 산정합니다.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이 기준은 바뀌지 않아 실제 자산 가치보다 높은 세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사망 직후 시장 상황에 따라 납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비중이 높은 분들은 이 부분을 미리 인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현행법상 가상자산은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나요?

A. 가상자산은 전자적 가치표시수단으로서 채권적 권리로 파악되어 상속 재산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민법상 물건의 정의(제98조)가 유체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현행 법체계로는 디지털 자산의 포괄적 승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민법 제98조에 디지털 정보를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개정 논의가 학계에서 진행 중입니다.

 

결론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가상자산 상속은 '법이 정비되면 해결될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저와 제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법이 정비되기 전까지 피해는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그 피해를 피하려면 개인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드 구문과 접근 정보를 어떻게 안전하게 전달할지 지금 바로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법적으로는 민법과 세법, 개인정보보호법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논의가 결론에 이르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위험한 도박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확실한 대비는 결국 생전에 스스로 정리해두는 것뿐이었습니다.

참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 디지털 유산의 민사법적 규율에 대한 연구 (김태훈, 2025) / 핀테크투데이 —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서비스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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