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22% 세율이 적용됩니다. 기본공제는 고작 250만 원. 이 숫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저는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시장의 상승과 폭락을 몸으로 버텨온 입장에서, 인프라도 법적 정의도 없이 과세부터 먼저 들어온다는 게 어이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조세형평성: 주식은 5,000만 원, 코인은 250만 원
일반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은 공정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과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의 당시,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기본공제 5,000만 원이 검토되었습니다. 여기서 금투세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전반의 이익을 하나로 묶어 과세하려던 제도로, 2024년 폐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상자산에는 같은 국내 시장임에도 250만 원이라는 기준이 적용됩니다. 20배 차이입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시드머니 500만 원으로 코인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수익률 50%를 달성해야 겨우 과세 기준선에 걸립니다. 반면 같은 돈으로 국내 주식을 했다면, 금투세 기준에서는 수익이 4,750만 원 더 나야 세금을 냈을 겁니다.
이런 비교를 직접 해보니 더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수치 차이가 아니라, 가상자산 투자자를 금융 시장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은 엄연히 국내 자산인데, 해외 주식 250만 원 기준을 그대로 가져다 붙인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 국내 주식(금투세 기준): 기본공제 5,000만 원, 손실 이월공제 허용
- 해외 주식 양도소득: 기본공제 250만 원, 손실 이월공제 불가
- 가상자산 소득세(2027~): 기본공제 250만 원, 손실 이월공제 불가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발표한 연구 용역 결과에서도 "과세최저한을 6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상향하고, 인프라 정비 이후 단계적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저는 이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솔직히 2,000만 원으로도 부족하다고 봅니다. 금투세와 동일하게 5,000만 원은 되어야 최소한의 형평성이 맞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손실이월공제 없는 과세, 제 계좌가 증거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억울합니다. 시장이 뜨거울 때 저도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고점에서 물린 포지션들이 쌓이면서 현재 계좌는 누적 손실 상태입니다. 오른 해의 수익에는 세금이 붙고, 내린 해의 손실은 오롯이 제가 떠안습니다.
현행 가상자산 과세 구조는 기타소득 분리과세입니다. 여기서 분리과세란, 다른 소득이나 투자 손익과 합산하지 않고 해당 소득만 따로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한 해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빼주는 손실이월공제(loss carryforward)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면 폐지된 금투세에서는 이 손실 이월이 허용되어 있었습니다. 주식·채권·파생상품에는 그 안전장치를 만들려 했으면서, 가상자산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칼같이 세금을 걷고, 시장이 폭락해 수백만 원이 증발해도 국가가 그 리스크를 함께 지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양도손실만이라도 다음 연도로 이월 공제를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금투세와 같은 자본이득 체계로 편입해 손익통산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과세 안내에는 손실 이월공제가 명시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풍선효과: 국내 거래소만 투명하고, DEX는 사각지대
과세 인프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세금은 거래 내역을 보면 부과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이 전제는 절반밖에 맞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업비트나 빗썸 같은 국내 중앙화 거래소(CEX)의 거래 내역은 당국이 비교적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바깥입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란 중간 운영자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컨트랙트로 운영되는 거래 플랫폼을 말합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거래는 지갑 주소만 있을 뿐, 실제 거래자의 신원을 당국이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스테이킹(staking), 디파이(DeFi), P2P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상황에서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제가 생각해봐도 답은 명확합니다. 국내 거래소를 쓸 이유가 줄어들고, 자금은 해외 거래소나 DEX로 빠져나갑니다. 성실하게 국내 플랫폼을 이용한 투자자만 세금을 부담하는 역차별이 생기고, 세원은 오히려 더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합니다.
암호화 자산 자동 정보교환체계인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각 나라 국세청이 비거주자의 가상자산 거래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국제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2029년부터 이 데이터를 공유할 예정이지만, 지금 당장 한국이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한국인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밀어붙이면, 결국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손해 보는 구조가 고착됩니다.
스테이킹·디파이·스테이블코인: 정의도 없이 과세부터?
제가 봤을 때 이 부분이 이번 과세 제도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2025년 8월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는데, 스테이킹(staking)이 무엇인지, 디파이(DeFi)를 어떻게 볼 것인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처분 과세 대상인지에 대한 정의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스테이킹이란 코인을 네트워크에 예치·동결하고 블록 검증에 참여해 보상을 받는 방식입니다. 보상이 개인 계좌에 배분된 시점에 시가로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연구 결과에서 제시되었지만, 이것이 법령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습니다. 자동 재예치가 되는 경우의 과세 기준도 불분명합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는 코인을 담보로 빌리거나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거래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해당 거래가 양도냐 대여냐를 먼저 판단해야 세금 계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원금은 비과세이고 이자 수익에만 과세해야 하는 건 당연한 원칙인데, 이 구분조차 지금 법령에는 없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복잡합니다. 달러에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교환 수단으로 썼을 때, 이걸 가상자산 양도로 봐서 과세할 것인지가 불분명합니다. 달러를 환전할 때 환율 차익에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드랍, NFT, 토큰증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 성격을 먼저 정의하지 않으면 납세자도, 세무사도, 국세청도 기준을 모르는 혼란이 반드시 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7년부터 코인으로 250만 원 이하로 벌면 세금 안 내도 되나요?
A. 현행 법령상 연간 가상자산 기타소득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로 차감하므로, 250만 원 이하 수익에는 세금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만 총평균법으로 취득가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본인의 실제 수익을 정확히 계산하려면 취득 시점과 가격을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올해 코인으로 손실 봤는데, 내년에 이익 나면 합쳐서 계산해 주나요?
A. 현행 제도에서는 손실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올해 손실을 내년 이익과 상계해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익이 난 해에만 세금이 발생하고, 손실이 난 해는 공제 혜택이 없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대칭적인 구조입니다.
Q. 2026년 말 이전에 보유한 코인은 취득가액을 어떻게 잡나요?
A.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6년 12월 31일 당시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중 큰 금액을 의제취득가액으로 인정합니다. 즉, 오래전에 저렴하게 샀더라도 2026년 말 시가가 더 높으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세금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Q. 디파이나 스테이킹 수익도 신고해야 하나요?
A. 법령상으로는 가상자산 양도·대여에 따른 소득이 과세 대상이지만, 스테이킹 보상이나 디파이 수익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과세되는지에 대한 세부 지침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2027년 시행 전까지 시행령과 세부 지침이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세청 공식 안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론
오랜 기간 가상자산 시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건, 제도가 시장보다 항상 한 발 늦는다는 사실입니다. 그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늦게 따라오면서도 과세라는 의무는 먼저 부과하고, 투자자 보호나 손실 안전장치는 뒤로 미룬다는 점입니다.
2027년 과세 시행까지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적어도 기본공제 상향, 손실이월공제 허용, 스테이킹·디파이·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 대한 세율 인센티브 정도는 시행 전에 정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상태에서 과세가 강행된다면, 성실한 국내 투자자만 손해 보고 자금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가 뻔히 보입니다. 2027년 5월 첫 신고 시즌이 오기 전에 세부 지침과 시행령 변화를 계속 체크해두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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